포르투 여행기

Minnie
8 min readApr 30, 2019

포르투는 나에게 힙한 도시로 기억된다.

브랜딩에 한창 관심있었던 학생 시절, 포르투 도시 브랜딩을 behance에서 봤었다. 깔끔한 라인 일러스트와 함께 강렬한 코발트 블루 색상을 가지고 모든걸 표현한 이 디자인을 보고선 ‘도대체 포르투는 어떤 도시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때부터 포르투라는 도시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를 막연하게 가고 싶었다.

‘브랜딩이 아주예쁜 곳’ 이라는이유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여행 갈만한 이유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던 중 한달간 여행을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어느 나라를 갈까 생각하던 중 가고싶었던 곳인 포르투를 가게 됐다.

포르투의 첫 인상은 ‘상벤토(São Bento)역이다.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색으로 포르투 역사의 현장을 아쥴레쥬로 그려놓은 이 역에서 코발트블루를 왜 브랜딩의 메인 컬러로 사용됐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포르투 브랜딩의 코발트블루 색은 아줄레쥬의 컬러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아쥴레쥬로 포르투의 역사가 표현된 상벤토역의 내부. 아름답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였던 것이 공사 현장이였는데, 그 현장을 덮는 천에는 포르투 아이덴티티의 아이콘들로 이뤄졌다. 브랜딩이 제 아무리 잘 되어도 그것을 잘 적용하고 유지하냐가 문제인데, 포르투에서는 도시 아이덴티티가 여기저기 잘 녹아든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공사 현장을 가린 천막
경찰차

6일간 포르투를 돌아다니면서 포르투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가장 잘 녹아든 곳이라 생각된 곳은 다름아닌 시장이었다. 포르투 도심 한 가운데에 ‘볼량시장(Mercado do Bolhão)’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이 현재 공사중이라 바로 옆에다가 임시 시장을 개장했다. 임시 볼량시장에서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다양한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임시 볼량시장의 모습.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볼량시장 공사현장. 천막이 너무나 예뻤다.

강한 색채와 볼드한 타이포덕분에 입구에서부터 볼량시장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임시 시장이라 그런지 오래된 재래시장 느낌보다는 깔끔한 백화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않아 안은 휑한 느낌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브랜딩이 적용된 것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일을 이용한 상인들의 프로필
인포메이션 센터의 테이블 센스
어떤 물건을 파는 곳인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간판같은 천막
마치 하얀 테이블보에 음식이 올라가있는 듯한 느낌과 실제 문이 닫은 상점인 경우 간판과 동일한 디자인의 천으로 영업종료를 나타낸다. (센스..)

이렇게 곳곳에 녹아든 포르투 아이덴티티를 느끼며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포르투라는 도시가 너무 좋았다. 제일 좋았던 건 거리를 걸어다니며 ‘아쥴레쥬'를 구경하는 것이였다.

‘아쥴레쥬’란 ‘아름다운 돌’이란 뜻으로,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추후에 알게됐지만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색과 모양을 가지고 건물을 표현하는 아쥴레쥬가 ‘내가 포르투에 있구나’ 를 실감나게 해줬고, 이 아쥴레쥬가 나에게 있어서 포르투라는 도시를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물건이 될 것같아서 아쥴레쥬를 만들 수 있는 클래스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걸어다니며 곳곳에 발견한 아쥴레쥬를 찍은 사진들.

아쥴레쥬 수업은 에어비엔비 트립에서 예약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 에어비엔비 트립을 처음 써봤는데,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

수업이 진행된 곳은 작은 아틀리에(스튜디오)였고, 2명의 호스트가 수업을 진행했고, 총 8명의 정원으로 이뤄졌다.

아쥴레쥬 수업의 호스트인 Alba와 Marisa

수업은 1시간은 아쥴레쥬의 역사, 만드는 과정을 알려주고 1시간 가량 만드는 체험하는 식이였다.

아쥴레쥬는 아랍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기독교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재점령하기 전까지 이슬람문화가 이곳에서 꽃피웠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가 있었던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포르투갈)에서 현재의 아쥴레쥬가 생겼다. 현재 아쥴레쥬를 가장 많이 지닌 나라는 포르투갈이며, 그 중에서 포르투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아쥴레쥬를 만드는 과정과 종류들

아쥴레쥬는 타일에 문양대로 색을 입혀 이것을 굽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가장 기본적이고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플랫’ 형태의 아줄레쥬로 진행했다. 문양을 어떻게 입힐지는 각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본인이 직접 문양을 그리는 것과 스텐실로 만들어진 문양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 2가지 중 선택해 만들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샘플들은 모두 스텐실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이라 보면서 고를 수 있었다.

사실 스텐실을 사용해 기존의 샘플 문양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컬러를 입혀 타일을 만들면 쉽고 예쁘게 만들 수 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포르투를 기억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포르투라는 도시를 알게해준 포르투 브랜딩 아이콘을 이용해 아줄레쥬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 Behance에서도 아이콘이 타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글을 읽고서는 더더욱 꼭 만들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수 많은 아이콘중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아이콘 4개를 골라 그리기로 결정했다.

내가 그린 아이콘은 포르투에서 처음으로 먹어본 정어리, 케이블카, 도시의 모습, 그리고 와인잔이었다. 스텐실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컴퓨터로 그려진 아이콘을 손으로 그리고 칠까지 하려니 정말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

연보라색은 굽기 전의 코발트 블루색이라고 한다. 구우면 우리가 아는 그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

내가 만든 결과물. 뿌듯하다

직접 그리다보니 스텐실로 그린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늦어졌고, 자연스럽게 원데이 클래스의 호스트인 Alba와 Marisa와 많은 얘기를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그녀들과 얘기한 이 시간이 가장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Alba는 그리스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하다가 포르투에 여행을 왔는데 포르투라는 도시가 너무 좋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Marisa는 포르투에서 태어나 리스본에 있는 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둘은 포르투에서 아쥴레쥬 건물들이 점점 없어지는는 것을 알고, 이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프로젝트를 같이 시작하다 스튜디오를 차렸다고 한다.

아쥴레쥬가 사라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포르투라는 도시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도시 개발 및 투자가 진행됐고 이로 인해 옛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건물을 올리는 작업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줄레쥬 아카이브 웹사이트

아줄레쥬를 지키기 위해 그녀들이 시작한 첫 프로젝트는 포르투에서 발견한 모든 아줄레쥬를 찍어 그 아쥴레쥬가 있었던 위치, 대략적인 생산년도를 기입해 웹사이트에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포르투에 아줄레쥬 공장이 있었는데 이 또한 모두 폐업해 현재 포르투갈에는 아줄레쥬를 만드는 공장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생산하는 공장이 없다는 것은 수요가 없다는 뜻일테고, 더이상 아줄레쥬로 건물을 만들지 않는다는 얘긴데, 생산되지 않고 사라질 일만 남았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들은 본인들이 사랑하는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시에 스튜디오를 차려 아줄레쥬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본인들의 프로젝트의 후원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저 아줄레쥬를 만드는 수업으로만 알고 트립을 신청했는데, 그 외에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앞으로도 여행 중에 종종 에어비엔비 트립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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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리신 타일 너무 예뻐요!